트립호스트로 에어비앤비를 경험한 지 5개월 정도 됐다. 그동안 미국 호주 독일 싱가포르 등을 포함한 10여 개국 게스트들을 만났다.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의 모습, 이들 나라의 일상과 문화, 각자의 일과 여행 경험 등 다양한 주제를 나눠왔다. 추석연휴를 계기로 그동안 진행해온 트립에 대해 국적, 주제, 에피소드, 서비스 기능을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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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약 50명의 게스트를 맞이했다. 이들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미국인이다. 한국의 고궁문화를 관람하는 일정이라 문화가 다른 미국권/유럽권 여행객 수요가 높다. 해당 권역 여행객 가운데 미국인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인을 제외하면 호주 싱가포르 멕시코 등이 뒤를 잇는다.
덕수궁 야경투어를 시작할 때만 해도 한국 근대사를 생생하게 말하려는 포부가 있었으나 지금은 의미가 퇴색(?)됐다. 실제로 손님들은 역사에 대한 상세한 해설로 흥미를 잃은 모습이었다. (여기에 나의 얄팍한 지식도 한몫했지만) 최근엔 덕수궁 안에서는 궁중의 개괄적인 구조, 온돌 시스템, 상징물 등 눈에 직접 보이는 소재 위주로 해설하고, 트립의 대부분을 한국의 교육, 업무, 문화, 미디어, 스포츠 등 게스트마다 관심 있는 소재들을 내가 아는 수준으로 설명해 준다. 오히려 후자로 게스트들이 흥미와 공감을 느꼈다.
이 글을 쓰면서 예약 내용을 살펴보니 게스트마다 나눴던 대화나 장면이 생각났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자면 8월 말에 서울에 많은 비가 내린 저녁이 아닐까 싶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 뚫리듯 폭포수가 넘쳤다. 갑작스러운 폭우를 온몸으로 맞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은 게스트들이 정말 고마웠다. (어쩌면 다들 실성) 겨우 식당에 도착해 쑥스러워하던 나는 ‘한국인들은 비 오는 날 막걸리를 즐길 여유가 있다’는 말로 조용히 막걸리를 시켜주었다. 정말 고생이 많았지만 그만큼 모두 깊어졌던 저녁이었다.
에어비앤비의 강점은 대인에서 호스트와 게스트의 링크를 만든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트립 페이지의 About Your Host다. 이곳은 호스트, 즉 필자에 대한 소개를 작성한 영역이다. 인상적인 것은, 트립 페이지의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트립에서 호스트의 중요성을 중요시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필자가 작성한 아일랜드 워킹홀리데이 경험, 서비스 기획 이력을 먼저 묻는 게스트도 있었다. 둘째, 리뷰에서 해당 게스트와 호스트만이 열람할 수 있는 비공개 피드백이다. 마치 게스트하우스에 남기는 방명록처럼 둘만의 특별한 경험을 떠올리는 매체였다. 셋째, 현지 일상을 공유한다는 에어비앤비의 브랜드 파워로 게스트들도 대체로 한국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존중을 갖고 있다. 식당에 들어가면 어떤 행동이 예의에 어긋나는지, 술을 따를 때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관심을 갖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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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가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호스트를 해보니 몇 가지 기능적 아쉬움이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모바일에서는 예약 가능한 날짜가 설정되지 않거나 각 날짜의 예약인원 현황 표기를 지나치게 간소화했다는 것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연하고 빠른 기능 개선으로 앞서 언급한 단점을 상쇄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가장 놀라운 점은 참여한 게스트의 70% 이상이 리뷰를 작성한다는 것이다. 현금성 포인트 적립을 제공하는 쇼핑몰의 리뷰 작성률도 10%도 넘지 않지만 엄청난 수치가 아닐까 싶다. 서비스 기획자로서 에어비앤비가 게스트에게 리뷰를 요청하는 메커니즘을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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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호스트로서 새로운 사람들에게 한국을 소개하고, 필자도 그들을 통해 세계를 간접 여행하는 경험을 계속하고 싶다. 세상은 넓지만 회사원으로서 주어진 시간과 자원은 실로 한정적이다. 죽기전에 안가본나라보다 안가본나라가 많을거야. 그래서 비행기가 아니라 사람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여행수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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